
2025년 APEC 정상회의가 열린 경주는 회담장 안팎이 모두 ‘K-푸드 축제의 장’이었다. 세계 21개국 정상과 각국 대표단, 수백 명의 외신기자들이 한국을 찾으면서, 그들을 맞이한 것은 정치 담론보다 먼저 한국의 맛과 향이었다. 라면, 김치, 불고기, 한과 등 익숙한 음식이 세계 무대에서 다시금 빛을 발했고, 이번 회담은 한국이 ‘미식 외교(Gastro-Diplomacy)’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 APEC, ‘한식 외교’의 무대가 되다
이번 정상회의 기간 동안 K-푸드는 단순한 식사 메뉴가 아니라, 국가 이미지를 전달하는 외교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공식 만찬에서는 지역 농수산물을 활용한 경북 특선 한식이 차려졌고, 미디어센터에는 ‘K-푸드 스테이션’이 설치되어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한국식 라면, 김밥, 떡볶이를 즐길 수 있었다. 외신기자들 사이에서는 “이곳이야말로 APEC의 진짜 인기 스폿”이라는 농담이 돌 정도였다.
이처럼 음식은 정치나 경제보다 빠르게 마음의 벽을 허무는 언어다. 각국 인사들이 한국의 음식을 통해 문화를 이해하고, 그 경험이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정부와 식품업계가 이번 APEC을 계기로 K-푸드 홍보에 적극 나선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2️⃣ ‘황남빵’ 한입에 담긴 지역의 품격
이번 행사에서 가장 의외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경주의 전통 팥빵 ‘황남빵’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맛있다”라고 언급한 이후, 회의장 밖에서는 순식간에 ‘황남빵 대란’이 일었다. 1939년부터 이어진 경주의 명물로, 얇은 반죽 안에 국내산 팥앙금이 가득한 이 빵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정성’을 상징하는 음식이다.
APEC을 계기로 황남빵이 세계 각국 정상들의 입에 오르자, ‘한 도시의 전통 간식이 어떻게 국가의 얼굴이 되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이는 곧 K-푸드의 힘이 서울이나 대기업 브랜드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의 소규모 생산자와 전통시장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3️⃣ 글로벌 시장으로 향하는 K-푸드
현재 K-푸드는 이미 수출 효자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4년 한국 식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8% 증가했으며, 그중 라면과 김, 가공식품류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번 APEC 회의를 계기로 세계 언론이 ‘한국의 식품 산업’을 집중 조명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강화 → 수출 확대 →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기대된다.
특히 중소 식품기업들에게는 이번 행사가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되고 있다. ‘APEC 인증’, ‘정상회의 만찬 식재료 참여’ 같은 타이틀은 곧 글로벌 신뢰의 상징이 되기 때문이다. 한류의 중심이 과거에는 드라마와 K-팝이었다면, 이제는 ‘맛’이라는 감각적 경험을 매개로 K-푸드가 한류의 다음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4️⃣ ‘맛’이 만드는 외교, 문화, 그리고 경제
이번 APEC에서 보여준 K-푸드의 위상은 단순히 음식의 인기가 아니다. 문화, 외교, 경제가 한데 어우러진 종합적 국가 경쟁력의 표현이다. 정상회의 공식 행사에만 그치지 않고, 각국 대표단이 한국의 식문화를 경험하면서 느낀 ‘정(情)’과 ‘정성’은 협력과 교류의 새로운 문화를 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K-푸드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맛은 곧 문화이고, 문화는 곧 신뢰다.” 황남빵 한입, 김밥 한 줄, 떡볶이 한 숟가락 속에는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과 진심이 담겨 있다. 그것이야말로 지금의 K-푸드가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이유다.
🏁 맺음말
2025년 APEC은 한국 외교의 장이자, K-푸드가 세계무대에서 문화 외교의 주인공으로 우뚝 선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대기업의 브랜드뿐 아니라 지역의 전통과 장인정신이 함께하고 있었다. 경주의 황남빵처럼 작고 소박한 음식 하나가 세계 정상들의 관심을 끌었듯이, 앞으로도 K-푸드는 ‘맛으로 소통하는 한국’의 얼굴로 더욱 확장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