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0월 29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이 ‘핵추진 재래식 잠수함’ 도입을 위한 후속 협의에 나서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결정은 단순한 군사 기술협력이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의 안보 균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외교적 이슈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 한국, 왜 핵추진 잠수함을 추진하나?
현재 한국 해군이 운용 중인 디젤 잠수함은 일정 시간마다 수면 위로 떠올라 산소를 공급받아야 하는 한계를 지닙니다. 반면, 핵추진 잠수함은 수개월 동안 잠항이 가능해 장시간 작전과 은밀한 정찰 임무 수행이 가능합니다. 북한이 최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공개하며 수중 전력 강화를 서두르는 만큼, 한국 역시 대응 전력을 갖출 필요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2. 외교적 쟁점 – 한미 원자력협정의 벽
핵추진 잠수함에는 고농축 우라늄(HEU) 또는 저농축 우라늄(LEU)이 사용되는데, 이는 민간 원자력 협정상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없다는 규제가 걸려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합의의 핵심은 단순한 무기 구매가 아닌, 핵연료 공급 및 기술이전 체계를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은 “국제 핵비확산 체제(NPT)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양국 간 실무 협의가 본격화될 예정입니다.
3. 군사적 영향 – 한국 해군의 작전 반경 확대
핵추진 잠수함은 수중 작전 지속시간이 길고 탐지가 어려워, 억제력(deterrence) 측면에서 매우 큰 전략적 가치를 지닙니다. 특히 한반도 주변 해역뿐 아니라 남중국해, 태평양 등 원해(遠海) 작전까지 수행할 수 있어 한국 해군의 작전 반경을 크게 넓히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잠수함 1척’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지역 안보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게 되는 전환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4. 외교 균형 –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은?
이번 결정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군비 경쟁 촉발’ 가능성을 언급하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는 미국, 일본, 호주 등과의 해양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러의 입장에서는 자국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향후 한국은 ‘한미동맹 강화’와 ‘주변국과의 외교 균형’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나가야 합니다.
5. 산업적 파급효과 – 조선·원자력 산업의 도약
이번 협의는 군사적 의미 외에도 국내 산업 전반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전망입니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 과정에는 고도의 조선 기술과 원자로 설계, 전자제어 시스템 등이 동원되며, 국내 조선소와 방산업체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미 조선 관련 주식이 회담 직후 상승세를 보였고, ‘기술동맹’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6. 향후 전망 – 기술동맹으로 진화하는 한미 관계
한미 정상은 회담에서 ‘조선·국방기술 협력체’ 신설에도 합의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무기 구매나 동맹 유지 차원을 넘어, 양국이 첨단 방산·해양기술 파트너십으로 나아간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향후 협의 과정에서는 ▲핵연료 공급 방식 ▲원자력협정 개정 여부 ▲잠수함 건조 일정 등이 세부 논의될 예정입니다.
7. 마무리 – 한국 안보의 새로운 챕터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단기간에 실현되기 어려운 과제지만, 이번 합의로 한국의 전략 자율성 확보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국가 안보, 외교 전략, 산업 기술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이번 협의는 분명히 ‘한미동맹의 새로운 형태’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안보의 주체로서 한국이 나아갈 방향은 ‘균형과 기술’입니다. 군사력 강화와 외교적 유연성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국익의 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