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운 날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셨는데 갑자기 이가 찌릿하면 가장 먼저 “혹시 충치가 생긴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찬물을 마실 때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이나 과일을 먹을 때도 특정 치아가 시리고, 칫솔이 닿을 때마다 불편하다면 치과에 가야 하나 고민하게 되는데요.
물론 충치 때문에 이가 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치과에서 검사를 받아보면 뜻밖에도 ‘치경부마모증’이라는 진단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치경부마모증은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경계 부분이 닳아 움푹 패이는 증상입니다. 특히 오랫동안 이를 좌우로 세게 닦아왔거나 이를 악무는 습관이 있는 사람에게 나타나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치경부마모증은 충치와 어떻게 다르고, 이미 치아가 파였다면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까요?
1. 치아와 잇몸 사이가 패이는 ‘치경부마모증’
‘치경부’란 치아의 머리 부분과 뿌리 부분이 만나는 목 부위를 말합니다. 거울로 치아를 보았을 때 잇몸 바로 위쪽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이 부위의 치아 조직이 마모되면서 홈이 생기는 것을 치경부마모증이라고 합니다. 잇몸이 내려가 치아 뿌리가 드러난 상태에서 마모가 함께 나타나기도 합니다.
초기에는 별다른 통증이 없어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마모가 계속되면 치아 겉면을 보호하는 단단한 법랑질이 얇아지고, 그 안쪽에 있는 상아질이 노출됩니다.
상아질은 치아 신경과 연결된 미세한 통로가 많기 때문에 외부 자극에 민감합니다. 그래서 찬물이나 찬바람이 닿았을 때 순간적으로 ‘찌릿’하거나 ‘시큰’한 통증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치아를 살펴봤을 때 잇몸과 맞닿은 부분이 V자 또는 쐐기 모양으로 패여 있거나 다른 부위보다 노랗게 보인다면 치경부마모증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2. 이를 열심히 닦는데 왜 치아가 닳을까?
치경부마모증은 한 가지 원인으로만 발생하지 않습니다. 칫솔질 습관과 치아에 가해지는 힘, 식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칫솔질을 너무 세게 하는 습관
치아를 깨끗하게 닦겠다는 생각으로 칫솔을 꽉 잡고 좌우로 힘껏 문지르면 잇몸 경계 부분에 마찰이 반복됩니다.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이런 습관이 오랫동안 이어지면 특정 치아가 조금씩 닳을 수 있습니다. 칫솔모가 금방 벌어지는 사람이라면 평소 너무 많은 힘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악물거나 가는 습관
잠을 자면서 이를 갈거나 긴장할 때 이를 꽉 무는 습관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치아에 반복적으로 강한 힘이 가해지면 치아와 잇몸의 경계 부위에 부담이 집중될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턱이 뻐근하거나 치아가 묵직하게 느껴진다면 이갈이나 이 악물기 여부를 상담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딱딱하고 질긴 음식을 자주 먹는 경우
얼음이나 오징어, 견과류처럼 단단하거나 질긴 음식을 자주 씹으면 치아에 강한 힘이 반복적으로 전달됩니다.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는 습관도 특정 치아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산성 음식과 음료의 영향
탄산음료, 과일주스, 식초가 많이 들어간 음식처럼 산성이 강한 음식은 치아 표면을 약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위산 역류가 자주 발생하는 사람도 치아가 산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약해진 치아를 곧바로 강하게 닦으면 마모가 더 쉽게 일어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치경부마모증은 단순히 칫솔질을 세게 해서 생기는 증상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잘못된 칫솔질, 이갈이와 이 악물기, 강한 씹는 힘, 산성 음식 등이 함께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3. 충치와 치경부마모증은 어떻게 다를까?
찬 음식을 먹을 때 이가 시리다는 증상만으로 충치와 치경부마모증을 구별하기는 어렵습니다.
| 구분 | 치경부마모증 | 충치 |
|---|---|---|
| 주요 발생 부위 | 치아와 잇몸의 경계 | 치아의 홈과 치아 사이 등 |
| 겉으로 보이는 모습 | V자 형태의 매끈한 홈 | 변색이나 거친 구멍 |
| 흔한 원인 | 마찰, 강한 씹는 힘, 이갈이 등 | 세균이 만든 산에 의한 치아 손상 |
| 통증 양상 | 찬물과 찬바람에 순간적으로 시림 | 진행되면 단 음식과 냉온 자극에 통증 |
| 치료 | 지각과민 처치, 레진 수복 등 | 충치 제거 후 충전·신경치료 등 |
다만 표에 나타난 특징만 보고 스스로 진단해서는 안 됩니다.
치아에 금이 간 경우, 잇몸이 내려가 뿌리가 노출된 경우, 충치가 신경 가까이 진행된 경우에도 찬물에 민감할 수 있습니다. 여러 원인이 동시에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시린 증상이 반복된다면 치과에서 육안검사와 방사선검사, 찬 자극에 대한 반응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4. “나이 들면 원래 이가 시리지” 하고 넘기면 안 됩니다
50대 직장인 김 씨는 몇 달 전부터 찬물을 마실 때마다 한쪽 아래 어금니가 시렸습니다. 통증이 몇 초 지나면 사라졌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이 나이가 되면 치아도 약해지겠지”라며 시린이 치약만 사용했지만, 어느 날부터 칫솔이 닿을 때도 통증이 생겼습니다.
치과에서 확인해보니 잇몸과 치아 사이가 깊게 파여 있었고, 일부 치아에는 충치까지 생기기 시작한 상태였습니다.
치경부마모증은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에 참고 지내기 쉽습니다. 그러나 한번 닳아 없어진 치아 조직은 생활습관만 바꾼다고 원래 상태로 다시 자라나지 않습니다.
마모된 홈에 음식물과 치태가 끼면 충치가 생길 수 있고, 마모가 깊어지면 치아 신경이 자극받아 통증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치아가 약해져 깨지거나 부러질 위험도 커집니다.
5. 치경부마모증은 어떻게 치료할까?
치료는 치아가 얼마나 닳았는지, 통증은 어느 정도인지,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홈이 거의 없는 초기 단계
치아 뿌리가 조금 노출됐지만 패인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시린 증상을 줄이는 지각과민 처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치과에서 불소나 지각과민 완화제를 사용하기도 하고,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시린 이 전용 치약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시린 이 치약은 한두 번 사용한다고 즉시 해결되는 제품이라기보다 일정 기간 꾸준히 사용하며 경과를 살펴야 합니다.
치아에 홈이 생긴 단계
치아가 눈에 띄게 파였다면 복합레진으로 해당 부분을 메우는 치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레진은 치아와 비슷한 색으로 만들 수 있어 비교적 자연스럽고, 외부 자극으로부터 노출된 부분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레진으로 홈만 메운 뒤 기존 습관을 그대로 유지하면 다시 떨어지거나 주변 부위가 마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칫솔질 방법과 이갈이 여부 등 원인도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마모가 신경까지 진행된 단계
패인 부위가 매우 깊어 치아 신경이 노출되거나 염증이 생기면 신경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치아가 크게 약해진 경우에는 추가적인 보철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치료 방법은 치아 상태마다 다르므로 “레진만 하면 끝난다”라고 생각하기보다 치과 검사를 통해 결정해야 합니다.
6. 치아를 보호하는 올바른 칫솔질 방법
치경부마모증을 예방하려고 치아를 제대로 닦지 않는 것도 올바른 방법은 아닙니다. 힘만 줄이고 치태는 충분히 제거할 수 있도록 닦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 장면을 한번 떠올려보세요.
아침에 칫솔에 치약을 듬뿍 짜고 이를 좌우로 빠르게 문지르는 대신, 부드러운 칫솔을 가볍게 잡습니다.
칫솔모를 치아와 잇몸 경계에 부드럽게 대고 작은 범위로 움직이며 하나씩 닦습니다. 치아 사이에 남은 음식물은 칫솔로 억지로 밀어내지 않고 치실이나 치간칫솔로 정리합니다.
칫솔질을 마친 뒤 칫솔모가 심하게 벌어지지 않았다면 힘 조절이 잘된 것입니다.
기억해 둘 칫솔질 원칙
- 칫솔을 주먹 쥐듯 꽉 잡지 않습니다.
- 부드러운 칫솔모를 사용합니다.
- 같은 부위만 좌우로 세게 문지르지 않습니다.
- 치아와 잇몸의 경계를 부드럽고 꼼꼼하게 닦습니다.
- 치아 사이는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이용합니다.
- 칫솔모가 벌어졌다면 칫솔을 교체하고 힘도 줄입니다.
- 산성 음식이나 음료 섭취가 잦다면 식습관도 함께 점검합니다.
치약도 무조건 연마력이 강한 제품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시린 증상이 있거나 치아 마모가 의심된다면 자신에게 맞는 칫솔과 치약을 치과에서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7. 이런 증상이 있다면 치과 검사를 받아보세요
- 특정 치아가 찬물에 반복적으로 시린 경우
- 치아와 잇몸 사이에 홈이 보이는 경우
- 치아 뿌리 부분이 노랗게 드러나 보이는 경우
- 칫솔이 닿을 때마다 찌릿한 경우
- 시린 증상이 점점 심해지는 경우
- 뜨거운 음식에도 아프거나 통증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
- 음식을 씹을 때 아프거나 치아에 금이 간 것 같은 경우
- 가만히 있어도 욱신거리거나 밤에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
특히 자극이 사라진 뒤에도 통증이 오래 남거나 뜨거운 음식에 심하게 아프다면 치아 신경에 염증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진료를 미루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8. 시린 이는 치아가 보내는 작은 경고입니다
찬물 한 모금에 잠깐 시린 정도라면 “조금 참으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통증은 치아 겉면이 닳아 상아질이 노출됐거나, 충치·잇몸 퇴축·치아 균열 등 다른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치경부마모증은 초기에 발견하면 지각과민 처치나 비교적 간단한 레진 수복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오랫동안 방치하면 신경치료가 필요하거나 치아가 부러질 위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아를 깨끗하게 닦는 것과 강하게 문지르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양치할 때 칫솔을 얼마나 세게 잡고 있는지, 특정 부위만 반복해서 문지르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살펴보세요.
그리고 같은 치아가 계속 시리다면 충치라고 단정하거나 시린 이 치약에만 의존하지 말고 치과에서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이 내 치아를 오래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9. 치경부마모증, 자주 묻는 질문 Q&A
Q1. 찬물을 마실 때 이가 시리면 모두 치경부마모증인가요?
아닙니다. 충치, 잇몸 퇴축, 치아 균열, 치수염 등도 비슷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같은 치아가 반복해서 시리다면 치과에서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Q2. 치경부마모증은 반드시 레진으로 치료해야 하나요?
패인 정도가 미약하다면 시린이 치약이나 지각과민 처치 후 경과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홈이 깊거나 시린 증상이 심하면 레진으로 패인 부위를 메우는 치료를 고려합니다.
Q3. 시린이 치약만 사용하면 닳은 치아가 회복되나요?
시린 증상을 완화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미 닳아 없어진 치아 조직을 다시 자라게 하지는 못합니다. 홈이 보이거나 증상이 계속되면 치과 진료가 필요합니다.
Q4. 전동칫솔도 치경부마모증을 일으킬 수 있나요?
전동칫솔 자체보다 사용하는 힘과 방법이 중요합니다. 칫솔을 치아에 강하게 누르거나 같은 부위를 오래 닦으면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가볍게 대고 사용해야 합니다.
Q5. 레진 치료를 받으면 다시 생기지 않나요?
레진으로 패인 부분을 메워도 강한 칫솔질이나 이갈이, 이 악물기 습관이 계속되면 주변 치아가 다시 마모되거나 레진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원인이 되는 습관을 함께 고쳐야 합니다.
참고자료
농민신문 ‘찬물만 마셔도 시린 이… 충치인 줄 알고 치과 갔더니 뜻밖의 진단’
서울대학교병원 치경부마모증 의학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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